호주에 처음 왔을 때는 모든 게 새로웠다. 큰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한국에서는 너무 당연했던 것들이 여기서는 하나도 당연하지 않다는 게 신기했다. 지금도 가끔 그때를 떠올리면 혼자 웃음이 나온다.
1. 아니, 벌써 문을 닫는다고? (사악한 영업시간)
제일 먼저 놀랐던 건 가게 영업시간이었다.
일요일에 문을 닫는 가게도 많았고, 일요일은커녕 평일인데도 오후 3시쯤부터 문을 닫는 곳들이 있다는 게 정말 신기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한국에서는 늦게까지 영업하는 게 너무 당연했으니까.
그리고 오후 5시만 되어도 거리가 정말 조용했다. 처음에는 '오늘 무슨 일 있나?' 싶을 정도였다. 한국에서 익숙했던 저녁 풍경과는 너무 달라서 한동안은 적응이 잘 안 됐다.
2. 은행도, 우체국도 당황의 연속이었다
처음으로 Commonwealth Bank에 계좌를 만들러 갔던 기억도 아직 남아 있다.
계좌를 만들었는데 통장이라고 받은 게 무슨 종이 쪼가리 같은 거였다. 그걸 받아 들고 한참을 봤던 기억이 난다.
'이게 통장이라고?' 그때는 정말 충격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계좌정보가 적힌 안내서류 같은 것이었겠지만, 한국에서 은행 계좌를 만들면 통장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나에게는 꽤 충격이었다.
우체국도 만만치 않았다.
배달도 안 왔는데 배달 완료라고 되어 있는 경우가 있었고, 컴플레인을 하면 미안해하는 분위기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너무 당당해서 어이가 없었다.
그때는 이해가 안 됐지만, 그런 일도 몇 번 겪다 보니 '아 또 이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게 됐다.
3. 병원은 기다리다 보면 낫는 것 같았다
내가 처음 호주에 왔을 당시에는 병원도 정말 적응하기 어려웠다.
한국에서는 아프면 오늘이라도 바로 병원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당연했는데, 내가 이용했던 곳들은 원하는 날짜에 바로 예약하기가 쉽지 않았다. 예약 가능한 날짜가 1주일, 길면 2주일 뒤인 경우도 있었다.
처음에는 '난 오늘 아픈데...' 싶어 답답했다.
그런데 그렇게 기다리다 보면 신기하게도 자연치유되는 경우가 꽤 많았다. 예약 기다리다가 나아버린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ㅋㅋ
4. 버스는 그냥 서 있다고 안 세워주더라
버스도 처음에는 정말 당황스러웠다.
한국에서는 정류장에 서 있으면 당연히 버스가 멈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서는 버스가 보이면 '나 여기 있어! 이거 탈 거야!' 하는 신호를 줘야 했다. 손을 흔들든 표시를 해야 했고, 안 그러면 그냥 쌩 지나가 버렸다. ㅋㅋ
내가 처음 버스를 이용하던 당시에는 지금처럼 휴대폰으로 실시간 위치를 확인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았고, 내가 타던 버스에서는 정류장을 알아서 확인해야 했다. 그래서 눈을 똑바로 뜨고 창밖을 보면서 내가 내려야 할 곳을 계속 확인했던 기억이 난다.
5. 반대로 이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적응 안 됐던 것만 있었던 건 아니다.
로컬 슈퍼나 재래시장에서는 과일이든 야채든 필요한 만큼만 살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았다. 몇 개만 필요하면 몇 개만 사고, 무게도 내가 산 만큼만 계산하면 됐다. 한국에서는 바구니에 담긴 만큼 전부 사야 했던 기억이 있어서 이런 방식이 꽤 합리적으로 느껴졌다.
또 어딜 가나 문 열고 닫을 때 잡아주는 매너들, 오며 가며 눈 마주치면 눈웃음이나 Hi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 너무 좋았다. '이게 사람 사는 곳이지~' 하는 따뜻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현금을 거의 쓰지 않는 카드 문화도 신기하고 편했다.
처음에는 이런 것들이 전부 낯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게 또 자연스러워졌다.
지금은 오히려 한국에 가면 예전에는 너무 당연했던 것들이 다시 새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사소한 차이들이 오히려 호주에 처음 왔을 때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것 같다. 큰 관광지를 처음 봤던 기억보다 버스가 나를 그냥 지나쳐버렸던 순간, 오후가 되자 하나둘 문을 닫던 가게들이 더 생생하다.
20년 가까이 살다 보니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들도 많다. 그래도 기억을 하나씩 더듬어보면 아직 풀어놓을 이야기가 꽤 있을 것 같다. 다음에는 또 어떤 기억이 떠오를지 나도 궁금하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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