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매년 7월 1일부터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된다. 이 시기가 되면 최저임금부터 세금,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 육아휴직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제도들도 함께 바뀐다.
뉴스를 보다 보면 ‘최저임금 인상’, ‘세금 인하’처럼 제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만 나오지만, 막상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는 느낌이 꽤 다르다.
우리 집만 봐도 그렇다.
나는 직장인이고 남편은 개인사업자다.
같은 뉴스를 보면서도 나는 “오, 이건 좋아졌네” 하는데 남편은 “사업하기 점점 힘들어진다”는 말을 한다. ㅋㅋ
이번 2026년 7월 1일부터 달라진 제도들을 보면서 그 차이가 더 확실하게 느껴졌다.
2026년 7월 1일부터 달라진 호주 주요 제도
이번 회계연도부터 달라진 내용은 꽤 많지만, 그중 일반 가정과 직장인, 자영업자가 체감할 만한 변화들을 중심으로 정리해봤다.
1. 호주 최저임금 4.75% 인상
Fair Work Commission의 결정에 따라 국가 최저임금과 Award 임금이 4.75% 인상됐다.
국가 최저임금은 시간당 $26.44, 주 38시간 기준 $1,004.90으로 올랐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는 물론 Award 임금이 적용되는 많은 근로자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변화다.
직장인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반가운 소식이다.
물가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임금까지 그대로라면 생활비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데, 호주는 매년 최저임금과 Award 임금을 검토하고 조정한다는 점에서 근로자로서는 어느 정도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모든 직장인의 월급이 자동으로 4.75% 오르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급여가 Award 또는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지에 따라 실제 적용 여부는 달라진다.
2. Payday Super 시행, 월급날마다 슈퍼도 함께 움직인다
이번 변화 중 우리 부부가 가장 다르게 받아들인 것이 바로 Payday Super다.
기존에는 고용주가 직원의 Superannuation Guarantee를 분기 단위로 납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26년 7월 1일부터는 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할 때마다 슈퍼도 함께 처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일반적인 경우 직원의 슈퍼펀드에는 급여일로부터 7영업일 이내에 슈퍼가 도착해야 한다.
직원 입장에서는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예전처럼 몇 달을 기다리지 않고 급여를 받을 때마다 슈퍼가 제대로 들어오고 있는지 확인하기 쉬워지고, 돈이 더 일찍 슈퍼 계좌에 들어가면서 장기적으로는 투자되는 기간도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에 오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된다. ㅋㅋ
남편 입장에서는 단순히 슈퍼를 ‘더 내야 한다’는 문제가 아니다. 어차피 직원에게 지급해야 하는 슈퍼는 기존에도 사업자가 부담하고 있었다.
달라진 것은 돈이 빠져나가는 시점과 현금 흐름 관리다.
예전에는 분기별 납부 일정에 맞춰 슈퍼 비용을 준비하고 자금 흐름을 조절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할 때마다 슈퍼까지 함께 준비해야 한다.
직원이 여러 명인 작은 사업장에서는 급여가 나가는 주마다 운영자금을 훨씬 촘촘하게 관리해야 하는 셈이다.
그래서 나는 “직원들한테는 좋은 거 아니야?” 하는데 남편은 “사업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또 다르지”라고 한다.
같은 제도인데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게 재미있기도 하고 현실적이기도 하다.
3. 슈퍼 세전 납입 한도도 $32,500로 확대
슈퍼와 관련해서 또 하나 달라진 것이 있다.
세전 슈퍼 납입액에 적용되는 Concessional Contributions Cap이 기존 연 $30,000에서 $32,500로 확대됐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32,500가 단순히 개인이 추가로 넣을 수 있는 금액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고용주가 납부하는 Super Guarantee, Salary Sacrifice, 세금공제를 신청하는 일부 개인 슈퍼 납입액 등이 이 한도에 포함될 수 있다.
슈퍼에 추가로 돈을 넣으며 절세나 은퇴자금을 관리하는 사람이라면 이번 회계연도부터 바뀐 한도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4. 소득세율 16%에서 15%로 인하
직장인에게 또 하나 반가운 변화는 소득세다.
과세소득 $18,201~$45,000 구간의 세율이 기존 16%에서 15%로 인하됐다.
엄청나게 큰 감세라고 느끼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생활비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는 조금이라도 세금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 반갑기는 하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이번 세율 인하로 해당 구간에서 받을 수 있는 최대 감세 효과는 연간 $268 수준이다.
다만 여기서도 ‘연봉 전체에 15% 세금이 적용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호주 소득세는 구간별로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해당 소득 구간에 적용되는 세율이 1%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5. Medicare Levy Surcharge 소득 기준도 올라갔다
민간병원보험(Private Hospital Cover)이 없는 일정 소득 이상의 납세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Medicare Levy Surcharge(MLS)의 소득 기준도 조정됐다.
2026-27 회계연도 기준 기본 소득 기준은 싱글 $105,000, 가족 $210,000부터 시작한다.
가족의 경우 첫째 이후 부양 자녀가 있다면 자녀 한 명당 가족 기준액이 추가로 $1,500씩 올라갈 수 있다.
소득이 이 기준 근처에 있는 사람이라면 민간 의료보험 가입 여부에 따라 실제 세금에 차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Tax Return을 준비할 때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6. 정부 유급 육아휴직 26주로 확대
아이를 낳거나 입양하는 가정에 지급되는 정부의 Paid Parental Leave도 확대됐다.
2026년 7월 1일 이후 출생하거나 입양된 아이부터 가족이 받을 수 있는 Parental Leave Pay 기간이 기존 120일(24주)에서 130일(26주)로 늘어났다.
파트너에게 별도로 배정되는 기간도 기존 15일에서 20일로 확대됐다.
아이를 키워본 부모 입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참 반갑다.
출산 후 몇 달은 정말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정도이고, 특히 맞벌이 가정이라면 누가 아이를 돌보고 언제 직장에 복귀할 것인지가 굉장히 현실적인 문제가 된다.
기간이 조금씩 늘어나는 변화라도 실제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7. 사칭 문자 막기 위한 Sender ID 제도도 강화
요즘 호주에서도 은행이나 정부기관, 택배회사를 사칭한 스캠 문자가 정말 많다.
2026년 7월부터는 SMS Sender ID Register 제도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기업과 기관이 문자메시지에 사용하는 브랜드 발신자 ID를 등록하는 시스템이 강화됐다.
등록되지 않은 브랜드 발신자 ID를 사용한 문자는 휴대전화에서 ‘Unverified’로 표시될 수 있어 소비자가 사칭 문자를 구별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나도 가끔 은행 이름이나 Australia Post 같은 익숙한 이름으로 문자가 오면 순간 진짜인가 싶어 다시 확인하게 되는데, 이런 스캠이 워낙 많아진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변화다.
직장인인 나는 반갑고, 개인사업자인 남편은 고민이 깊어졌다
이번 발표들을 보면서 우리 집에서는 참 묘한 온도 차이가 느껴졌다.
나는 직장인이다.
직장인의 입장에서 호주 생활은 만족도가 꽤 높은 편이다. 최저임금과 Award 임금을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슈퍼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하고, 육아휴직이나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제도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이런 부분들이 삶의 질에 꽤 큰 영향을 준다.
그런데 남편의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
개인사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임금이 오르면 그만큼 인건비가 올라가고, 슈퍼와 각종 사업 운영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렌트, 전기료, 보험료, 원재료비 등 안 오르는 것을 찾기 어려운데 인건비까지 계속 올라가니 결국 사업자가 감당해야 할 고정비가 계속 커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Payday Super까지 시작되면서 내야 하는 슈퍼 총액이 새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더라도 자금이 빠져나가는 시점이 빨라지기 때문에 현금 흐름 관리도 더 중요해졌다.
뉴스를 보던 남편이 했던 말도 결국 이것이었다.
“요즘은 사업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직원의 처우가 좋아지고 슈퍼 미납을 막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작은 사업체를 직접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제도가 하나 바뀔 때마다 Payroll 시스템이 새로운 규정에 맞는지 확인하고, 비용과 현금 흐름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
예전에는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버틸 수 있었다면 이제는 매년 오르는 인건비와 운영비를 감당하면서 과연 계속 사업을 유지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하게 된다는 남편의 말도 이해가 된다.
같은 정책을 놓고 나는 근로자로서 보호받는다는 느낌을 받고, 남편은 고용주로서 부담이 하나 더 늘어난다고 느낀다.
우리 집 안에서도 이렇게 다른데 호주 사회 전체로 보면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입장이 얼마나 다를까 싶다.
세금에 대해서는 나도 솔직히 복잡한 마음이다
그렇다고 세금을 내는 것 자체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가족 역시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고, 그때 호주 정부의 보조금과 사회 안전망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그래서 세금이 정말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인다면 우리가 번 만큼 성실하게 납부하고, 그 돈이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사용되는 것에 동의한다.
다만 열심히 일해서 소득이 늘어날수록 세금과 각종 의무 지출도 함께 늘어나는 현실에서는 가끔 허탈할 때가 있다.
분명 예전보다 더 많이 일하고 소득도 늘었는데 이것저것 빠져나가고 나면,
“어? 그래서 실제로 우리한테 남는 돈은 얼마나 늘어난 거지?”
싶을 때가 있다. ㅋㅋ
특히 생활비와 주거비까지 함께 오른 요즘에는 소득이 늘어난 만큼 생활이 여유로워졌다는 느낌을 받기가 더 어려운 것 같다.
아마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제발 정말 로또야 당첨되어라 ㅋㅋ!!!
농담 같지만 약간은 진담이다. ㅋㅋ
같은 정책도 어느 쪽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2026년 7월 1일부터 달라진 제도를 살펴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정책에는 항상 여러 면이 있다는 것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은 직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직원을 고용하는 작은 사업체에는 비용 증가다.
Payday Super 역시 직원에게는 자신의 슈퍼를 더 빠르고 투명하게 받을 수 있는 제도지만 사업자에게는 현금 흐름을 더 촘촘하게 관리해야 하는 변화다.
유급 육아휴직 확대나 세금 인하처럼 가계에 직접 도움이 되는 변화도 있다.
결국 우리 집처럼 한 사람은 직장인이고 한 사람은 개인사업자인 가정에서는 이번 변화가 마냥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말하기 어려운 것 같다.
직장인인 나는 조금 반갑고, 개인사업자인 남편은 고민이 조금 더 깊어졌다.
그래도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된 만큼 바뀐 규정을 제대로 알고 내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이나 권리는 놓치지 않고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그리고 요즘처럼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작은 비즈니스를 운영하며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들도, 매일 자신의 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인들도 모두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 이 글은 2026년 8월 기준 Fair Work Commission, Australian Government, ATO 등에서 공개한 정보를 참고하고, 호주에서 생활하며 느낀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함께 담아 작성했다. 세율, 슈퍼 및 각종 제도의 적용 여부는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적용 전에는 관련 정부기관의 최신 안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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