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현재 겨울이다.
한국의 겨울과 온도로만 비교하면 사실 넘사벽으로 한국이 춥다. 그런데 한국은 밖이 아무리 추워도 집에 들어가면 따뜻하잖아.
호주는 좀 다르다.
집이 춥다. 그것도 밖보다 더 추운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가스비도 비싸니 난방을 하루 종일 빵빵하게 틀어놓기도 부담스럽고, 그래서 겨울만 되면 집에서도 우디에 두꺼운 옷을 껴입고 생활하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워졌다.
이렇게 집 안까지 추워지는 겨울이 되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 하나 있다.
바로 온천이다!!
멜번에서 1시간 반, Peninsula Hot Springs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곳은 모닝턴 페닌슐라(Mornington Peninsula)의 Fingal에 있는 Peninsula Hot Springs다.
우리 집에서는 차로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멜번 근교라 마음만 먹으면 당일치기로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거리다.
한국에서 말하는 온천과는 느낌이 180도 다르다.
커다란 실내 목욕탕에 여러 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 다양한 온도의 노천탕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길을 따라 산책하듯 올라가면서 원하는 탕에 들어갔다 나왔다 할 수 있고, 주변이 온통 나무와 자연이라 겨울에 가면 그 분위기가 더 좋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가장 위쪽에 있는 Hilltop Pool이다.
말 그대로 언덕 꼭대기에 있는 노천탕인데,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내려다보는 풍경이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멋지다.
인기가 많은 곳이라 Hilltop Pool 앞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입욕 시간을 10분으로 제한한다는 안내 표지판도 세워져 있다.
10분이 길 것 같지만 막상 들어가 있으면 정말 순식간이다. ㅋㅋㅋ
겨울의 차가운 공기를 맞으면서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탁 트인 풍경을 보고 있으면,
아... 이 맛에 여기 오지.
싶다.
Peninsula Hot Springs에 갈 때마다 내가 꼭 Hilltop Pool까지 올라가는 이유다.
아이들도 정말 좋아하는 우리 가족 겨울 단골 코스
아이들도 이곳을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보통 겨울이 되면 학교 텀 브레이크나 공휴일을 잘 이용해서 자주 방문하는 편이다.
친한 친구 가족과 함께 가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보통 오전 10시 30분쯤 도착해서 입장하면...
하루 종일 있다가 온다. ㅋㅋㅋ
정말이다.
보통 많이 있어봐야 두세 시간 정도 있다가 가는 것 같은데 우리는 한 번 들어가면 쉽게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본전을 뽑고도 남는다. ㅋㅋㅋ
그만큼 나도 좋아하고 아이들도 좋아한다.
오래 있을 생각으로 가기 때문에 먹을 것도 거의 소풍 수준으로 챙겨간다.
김밥, 컵라면, 옥수수, 과일, 과자, 커피, 음료 등등.
친한 집들과 함께 가는 날이면 정말 한 보따리를 싸 들고 가서 하루 종일 놀다 온다. ㅋㅋㅋ
물론 안에서도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다.
그런데 가격도 비싼 편이고 메뉴도 파이, 피자, 소시지롤 같은 종류가 많다 보니 알다시피 한국인 입맛에는 하루 종일 먹기에는 조금 아쉽다.
그래서 우리는 먹을 걸 잔뜩 챙겨가는 편인데, 또 추운 겨울날 따뜻한 온천을 하고 나와서 먹는 컵라면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 ㅋㅋㅋ
아이들과 가면 딱 하나 아쉬운 점
아이들과 함께 가는 것도 정말 좋지만 딱 하나 단점이 있다.
내 아이는 내가 계속 슈퍼바이징해야 한다는 것.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이들끼리 놀고 있다고 부모가 멀리 떨어져 다른 탕에 가 있을 수는 없다.
실제로 직원들도 아이들끼리 있으면 부모님이 어디 있는지 묻기도 하기 때문에 항상 근처에 있어야 한다.
Peninsula Hot Springs의 이용 규정에서도 어린아이들은 보호자가 가까운 거리에서 계속 감독하도록 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가족탕의 모습이다. 왼쪽 탕은 서 있을 수 있는 탕이고, 오른쪽은 계단식으로 앉을 수 있으며 계단 제일 위쪽은 엎드리거나 누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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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젤 아래쪽의 가족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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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탕 옆의 유아,어린이탕과 작은 콜드풀 |
그래서 바로 오늘!! 아이들 없이 갔다
그리고 바로 오늘!!!!
항상 온천에 함께 가는 친구와 둘이서만 Peninsula Hot Springs를 다녀오게 되었다.
아이들 없이!!
오늘의 핵심이다. ㅋㅋㅋ
아침 아이들 학교 드롭은 남편에게 맡겨버렸다.
도시락도 미리 해결했다.
전날 학교 Lunch Order로 주문까지 해놓고 아침 7시에 집을 나섰다.
친구는 나보다 더 빨랐다. 온천 오픈 시간인 오전 7시에 맞춰 더 일찍 도착해서 이미 온천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없다!!!
아...
이런 자유가 있었구나. ㅋㅋㅋㅋ
누가 엄마를 부르지도 않고, “이제 내려가자”, “다른 데 가자” 하는 사람도 없다.
내가 가고 싶은 탕에 가고, 있고 싶은 만큼 있고, 친구랑 앉아서 수다 떨다가 또 다른 탕으로 가고.
평소 아이들과 함께 왔을 때는 마음껏 이용하지 못했던 위쪽의 뜨거운 탕들도 오늘은 실컷 돌아다녔다.아래의 사진은 가족탕과 멀지않은곳에 있는 동굴탕이고, 그 아래사진은 힐탑으로 가는 길에 있는 일반 탕중의 하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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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ve poo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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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온천탕 |
정말 너무 행복했다.
역시 나는 온천 체질인가 보다.
아침 일찍이라 그런지 손님도 많지 않았다.
물도 너무 깨끗하고, 차가운 아침 공기도 상쾌하고, 그 공기를 맞으며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
Peninsula Hot Springs는 정말 이상하다.
항상 가도 또 가고 싶고, 막상 가면 집에 가기 싫어진다.
아마 목욕탕 문화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접하고 자란 한국인이라 그런 걸까?
보통 사람들은 많이 있어봐야 두세 시간 정도인 것 같은데 우리는 하루 종일 있어도 잘 논다. ㅋㅋㅋ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역시 가격이다.
물가가 계속 오르면서 입장료도 갈수록 올라가는 느낌이다.
내 기억으로는 처음 방문했을 때 성인 입장료가 60달러 정도였던 것 같은데 요즘은 80달러 가까이까지 올라왔다.
특히 공휴일에는 surcharge까지 붙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가족이 가면 200달러 정도가 들어간다.
절대 싼 금액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침부터 들어가 하루 종일 있다가 오는 사람들이라...
이 정도 놀았으면 싸다. 본전 뽑았다. ㅋㅋㅋ
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엄마의 자유시간에는 종료시간이 있다
아이들 없이 온전히 어른들의 시간으로 친구와 수다도 실컷 떨고 맛있는 것도 먹고, 따뜻한 물에 몸까지 푹 담그고 있으니 시간이 어찌나 빨리 가던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제 다시 멜번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왜냐하면...
아이들 하교 픽업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에 맞춰 씻고 온천을 나와 다시 멜번으로 향했다.
그리고 정말 정확하게 하교 시간에 맞춰 도착해서 아이들을 픽업했다.
여기까지였으면 참 좋았겠지만 엄마의 하루는 이제 2부 시작이다. ㅋㅋㅋ
아이들을 픽업하자마자 방과 후 일정 시작.
아들은 축구 트레이닝.
딸은 넷볼 트레이닝.
각자의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나니 어느새 저녁이었다.
저녁은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맥도날드로 간단하게 해결!
집에 도착하니 저녁 7시 30분이었다.
아침 7시에 나갔으니 하루를 정말 꽉 채워 보냈다.
분명 피곤해야 하는데 신기하게도 별로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온천에서 기운을 제대로 충전하고 와서 그런가 보다. ㅋㅋㅋ
“엄마 오늘 어디 갔었어?”
학교에서 아이들을 픽업했더니 묻는다.
“엄마 오늘 어디 갔었어?”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엄마 온천 갔다 왔어.”
그랬더니 딸내미 입이 바로 삐죽삐죽 나온다. ㅋㅋㅋ
자기도 가고 싶었는데 엄마만 갔다 왔다고 삐친 것이다.
결국,
“알았어, 알았어. 조만간 다 같이 또 가자.”
하고 달래줬다.
아마 정말 조만간 또 가게 될 것 같다.
아이들과 가면 아이들 때문에 뜨거운 탕에서 오래 못 있는 게 아쉽다고 투덜거리면서도, 막상 아이들 없이 갔다 오니 또 아이들과 함께 가고 싶다. ㅋㅋㅋ
그래도 오늘만큼은 오랜만에 친구와 둘이서 수다도 실컷 떨고, 따뜻한 물에 몸도 담그고, 내가 가고 싶은 탕도 마음껏 다니면서 제대로 충전했던 하루였다.
호주 겨울만 되면 유독 더 생각나는 곳.
Peninsula Hot Springs는 여전히 나의 최애다.
그리고 오늘 다시 한번 확실히 느꼈다.
아이들과 함께 가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엄마들끼리만 와야겠다. ㅋㅋㅋ
<Peninsula Hot Springs 방문 정보>
주소
140 Springs Lane, Fingal VIC 3939
Peninsula Hot Springs 공식 홈페이지
https://www.peninsulahotsprings.com/
멜번에서 자동차로 약 90분 정도 걸리는 모닝턴 페닌슐라 지역에 있다.
Bath House의 운영시간과 입장료는 요일과 날짜, 예약 시점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방문 전 공식 홈페이지에서 최신 정보를 확인하고 예약하는 것이 좋다.
수건·가운·락커
수건과 가운, 락커 모두 유료로 대여할 수 있다. 나는 갈 때마다 집에서 전부 챙겨가기 때문에 대여할 일은 거의 없지만, 짐을 간단하게 가져가고 싶다면 현장에서 빌려도 된다. 대여료는 변경될 수 있으니 예약할 때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샤워실·탈의실
남녀 샤워실과 화장실, 탈의실이 마련되어 있고 가족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가족 샤워실도 있다.
온천 외 시설
Peninsula Hot Springs에는 온도가 다른 여러 노천탕뿐만 아니라 사우나와 냉탕도 있다. 2곳의 카페가 있으며 온천 중간중간 물을 마실 수 있는 식수대도 설치되어 있어 개인 물병을 챙겨가면 편하다.
온천을 하다가 잠시 쉬고 싶을 때 이용할 수 있는 돔 형태의 휴식 공간도 있다. 우리는 워낙 하루 종일 있는 편이라 중간에 쉬었다가 다시 탕에 들어가기를 반복한다. ㅋㅋㅋ
내가 갈 때 챙기는 것
하루 종일 있을 생각으로 가는 나는 수영복, 수건, 가운, 슬리퍼와 함께 먹을 음식과 간식, 음료까지 직접 챙겨가는 편이다. 특히 겨울에는 탕에서 나와 이동할 때 꽤 추워서 가운을 챙겨가면 정말 유용하다.
※ 입장료, 운영시간 및 대여 요금은 변경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공식 홈페이지에서 최신 정보를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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